[성경 강해] 사도행전 20장: 눈물의 고별 설교, 목자의 마음으로 교회를 부탁하다

2026. 5. 2.

 

사도행전 20장은 바울의 제3차 전도 여행의 막바지 여정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사도가 에베소 장로들과 나누는 가슴 저미는 작별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장은 극적인 기적이나 치열한 논쟁보다는, 교회를 향한 한 목회자의 절절한 사랑과 눈물, 그리고 자신의 생명보다 사명을 귀하게 여겼던 숭고한 헌신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특별히 바울이 밀레도에서 에베소 장로들에게 남긴 고별 설교는,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 교회의 지도자들과 모든 성도들이 어떤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고 신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위대한 지침서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1. 드로아의 밤, 생명을 살린 긴 설교 (20:1-12)

에베소에서의 소동이 그친 후, 바울은 마게도냐와 헬라 지역을 두루 다니며 제자들을 격려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그 여정 중 드로아라는 도시에 이르러 7일간 머물게 됩니다.

 

주일 저녁, 성도들은 떡을 떼기 위해 다락방에 모였고 바울은 밤늦게까지 강론을 이어갑니다. 이때 '유두고'라는 한 청년이 창문에 걸터앉아 설교를 듣다가 깊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3층에서 떨어져 죽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슬픔과 충격으로 가득 찼지만, 바울은 당황하지 않고 내려가 그 청년 위에 엎드려 그 몸을 안고 말합니다.


"떠들지 말라 생명이 그에게 있다." (행 20:10)

 

바울의 말대로 유두고는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성도들은 죽었던 청년이 살아난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위로'를 받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설교가 길어서 생긴 해프닝이 아닙니다. 복음은 때로 우리의 피곤함과 연약함을 뚫고 역사하며, 죽음의 절망 속에서도 생명의 위로를 주는 능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 밀레도의 작별: 눈물로 전한 목자의 마지막 유언 (20:13-38)

바울은 에베소를 그냥 지나쳐 밀레도라는 항구 도시에서 배를 멈추고, 에베소 교회의 장로들을 그곳으로 초청합니다. 그는 예루살렘에 가면 '결박과 환난'이 기다리고 있음을 성령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에베소 성도들과의 마지막 만남일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자신의 모든 진심을 쏟아 마지막 설교를 시작합니다.

 

바울의 사역 회고: "나는 모든 일에 겸손과 눈물로 섬겼다."


바울은 먼저 자신이 에베소에서 3년간 어떻게 사역했는지를 회고합니다. 그는 '겸손과 눈물'로 주를 섬겼고, 유대인들의 간계로 인한 시험을 참고, 유익한 것은 무엇이든지 숨기지 않고 가르쳤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명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밝힙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행 20:24)

 

교회를 향한 간곡한 부탁: "자신과 양 떼를 위하여 삼가라."

 

이어서 바울은 에베소 장로들에게 교회를 부탁하며 눈물로 권면합니다. 이 권면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 자신을 살피라: 지도자들은 먼저 자기 자신을 영적으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 양 떼를 돌보라: 성령께서 그들을 감독자로 삼으신 목적은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보살피게 하려 함입니다.
  • 이리를 삼가라: 바울이 떠난 후에 교회 안팎에서 성도들을 미혹하는 거짓 선생들(흉악한 이리)이 일어날 것을 경고합니다.
  • 깨어 있으라: 바울이 3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했던 것을 기억하고 영적으로 깨어 있으라고 당부합니다.

바울의 본: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자신이 아무의 은이나 금을 탐하지 않고, 손수 일하여 자신과 동행들의 쓸 것을 충당했던 '자비량 사역'의 본을 보여주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주 예수께서 친히 하신 말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위대한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설교를 마칩니다.

 

설교가 끝나자, 그들은 다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합니다. 바울의 목을 안고 입을 맞추며, 다시는 그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는 말 때문에 모두가 크게 울며 그를 배까지 전송합니다.


핵심 단어 연구 (Key Word Study)

  • 유두고 (Eutychus): 헬라어로 '행운아'라는 뜻입니다. 설교 중에 졸다가 죽었지만 바울을 통해 살아난 청년으로, 복음의 생명력을 증거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 자기 피로 사신 교회 (The church of God, which he bought with his own blood): 교회의 가치가 얼마나 존귀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표현입니다. 교회는 단순한 인간의 모임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값으로 사신 거룩한 공동체임을 의미합니다.
  •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It is more blessed to give than to receive): 이 말씀은 4복음서에는 직접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초대 교회를 통해 구전으로 전해져 온 예수님의 중요한 가르침으로 여겨집니다. 바울의 삶 전체가 이 말씀의 살아있는 증거였습니다.

묵상과 적용

사도행전 20장의 바울의 모습은 우리에게 진정한 '목자의 마음'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그의 사역에는 '겸손과 눈물'이 있었고, '생명을 조금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헌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성도들을 단순히 가르침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기 피로 사신 하나님의 양 떼로 여기며 눈물로 섬겼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교회를, 그리고 내게 맡겨진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습니까? 바울처럼 눈물로 기도하며, 그들의 영적 성숙을 위해 나를 희생하고 있습니까? 혹은 비판과 정죄로 교회를 무너뜨리는 '흉악한 이리'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또한,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은 우리의 이기적인 욕망을 거스르는 거룩한 도전입니다. 세상은 더 많이 '받는 것'이 복이라고 가르치지만, 하나님 나라는 기꺼이 내어주고 나누고 섬기는 '주는 삶'을 통해 채워지는 역설의 진리를 가르칩니다.

 

자신의 안위보다 교회의 안위를, 자신의 생명보다 사명의 완수를 더 귀하게 여겼던 바울의 뜨거운 심장이 오늘 우리의 심장에도 다시 한번 뛰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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