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장 8절에서 선포되었던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주님의 위대한 약속은, 모진 풍랑과 핍박을 뚫고 마침내 사도행전 28장에 이르러 당시 세계의 중심이자 땅 끝을 상징하던 '로마'에 도착하며 절정에 달합니다.
27장에서 유라굴로 광풍으로 인해 배가 산산조각이 나는 절망을 겪었지만, 하나님의 약속대로 바울과 276명의 생명은 모두 무사히 육지에 올랐습니다. 사도행전의 마지막 장인 28장은 로마로 향하는 남은 여정과, 로마에 도착한 바울이 감옥과도 같은 셋집에서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위대한 복음의 역사를 써 내려갔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 시대에 계속 이어져야 할 '끝나지 않은 사도행전'의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열어보겠습니다.

1. 멜리데 섬의 기적: 뱀에게 물려도 죽지 않는 사명자 (28:1-10)
파선된 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도착한 곳은 '멜리데(몰타)'라는 섬이었습니다. 비를 맞고 추위에 떠는 조난자들에게 원주민들은 특별한 동정을 베풀어 불을 피워 영접합니다.
바울이 나무 한 무더기를 거두어 불에 넣을 때, 뜨거움으로 말미암아 독사가 튀어나와 바울의 손을 물고 매달립니다. 이를 본 원주민들은 바울이 바다에서는 살아났으나 '공의의 여신'이 그를 살려두지 않는 것이라며, 그가 살인자임이 틀림없다고 수군거렸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고난이 곧 죄에 대한 형벌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 뱀을 불에 떨어버립니다. 시간이 지나도 바울의 몸이 붓거나 죽지 않자, 원주민들은 태도를 바꾸어 그를 '신'이라고 부르며 놀라워합니다. 이 사건은 마가복음 16장 18절의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라는 예수님의 약속이 문자 그대로 성취된 기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 끝나지 않은 사람은, 세상의 어떤 맹독이나 위기도 결코 그 생명을 앗아갈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이후 바울은 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보블리오의 아버지의 열병과 이질을 안수하여 고쳐주고, 섬에 있는 다른 병자들도 다가와 고침을 받습니다. 바울 한 사람의 고난과 표류가, 멜리데 섬 전체에 하나님의 치유와 은혜가 임하는 축복의 통로가 된 것입니다.
2. 마침내 로마로: 형제들의 위로와 담대함 (28:11-16)
멜리데 섬에서 석 달을 머문 후, 바울 일행은 그곳에서 겨울을 난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다시 로마를 향해 출항합니다. 수라구사와 레기움을 거쳐 이탈리아 반도의 보디올에 상륙한 바울은 그곳에서 형제들을 만나 이레 동안 함께 머무는 기쁨을 누립니다.
바울이 로마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로마 교회의 성도들은, 바울을 맞이하기 위해 '압비오 광장(Appii Forum)'과 '트레스 타베르네(Three Taverns, 세 여관)'라는 곳까지 무려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마중을 나옵니다.
지금까지 온갖 핍박과 풍랑 속에서 홀로 영적 전투를 치러왔던 바울은, 자신을 환영하러 달려온 형제들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담대한 마음을 얻으니라"(행 28:15)라고 고백합니다. 위대한 사도 바울에게도 믿음의 형제들이 주는 위로와 연대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성도의 교제가 얼마나 큰 힘과 용기를 주는지를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장면입니다.
마침내 로마에 입성한 바울은, 비록 재판을 기다리는 미결수 신분이었지만 군인 한 사람과 함께 따로 거주할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 허락받습니다.
3. 로마에서의 선포: 유대인의 거절과 이방인을 향한 은혜 (28:17-29)
로마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바울은 그곳의 유대인 지도자들을 자신의 숙소로 초청합니다. 그는 자신이 민족이나 조상의 관습을 배척한 적이 없으며, 오직 '이스라엘의 소망(메시아와 부활)'으로 말미암아 이 쇠사슬에 매인 바 되었다고 변증합니다.
유대인들은 바울의 사상(기독교)이 도처에서 반대를 받는다는 것을 안다며 그의 말을 들어보기를 원했습니다. 날짜를 정하여 많은 사람이 바울의 숙소로 모여들었고, 바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론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하고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을 가지고 '예수'에 대하여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그러했듯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서로 의견이 갈린 채 흩어지게 됩니다.
이때 바울은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영적으로 눈멀고 귀먹은 유대인들의 완악함을 엄중히 지적합니다. 그리고 사도행전의 영적 방향성을 결정짓는 위대한 선언을 남깁니다.
"그런즉 하나님의 이 구원이 이방인에게로 보내어진 줄 알라 그들은 그것을 들으리라 하더라." (행 28:28)
동족 유대인들의 배척은 복음의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복음이 혈통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이방인에게로 거침없이 흘러가는 거룩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4. 거침없는 복음, 끝나지 않은 사도행전 (28:30-31)
사도행전의 마지막 두 구절은 성경을 읽는 우리에게 묘한 여운과 벅찬 감동을 줍니다. 바울은 만 이 년 동안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신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했습니다. 비록 그의 발은 가택 연금 상태로 묶여 있었지만, 그의 입술과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 (행 28:31)
'거침없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아콜뤼토스(Akolytos)'입니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간다는 뜻입니다.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는 바울의 재판 결과나 그가 로마 황제 앞에서 어떻게 변증했는지, 혹은 그가 언제 순교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왜냐하면 사도행전의 진짜 주인공은 바울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바울을 통해 일하시는 '성령님과 복음'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의 육신은 로마의 셋집에 갇혔지만, 그가 전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로마 제국의 심장부를 뚫고 온 세상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열린 결말은, 오늘날 우리를 '사도행전 29장'을 써 내려갈 다음 타자로 강력하게 초청하고 있습니다.
핵심 단어 연구 (Key Word Study)
- 이스라엘의 소망 (The hope of Israel): 구약 시대부터 유대인들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메시아의 도래와 죽은 자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자신이 전하는 복음이 유대교를 파괴하는 이단이 아니라, 오히려 율법과 예언의 완성임을 강조했습니다.
- 담대한 마음 (Courage / Took courage): 풍랑과 오랜 여행으로 지친 바울이 로마 형제들을 만났을 때 얻은 영적인 힘과 위로입니다. 하나님은 홀로 걷는 사명자에게 반드시 동역자를 붙여주십니다.
- 거침없이 (Without hindrance): 사도행전 28장의 맨 마지막 단어이자, 사도행전 전체를 요약하는 승리의 선포입니다. 세상의 권력, 쇠사슬, 유라굴로 광풍, 동족의 배척 그 어떤 것도 복음의 전진을 막을 수 없음을 나타내는 강력한 부사입니다.
묵상과 적용
사도행전 28장을 덮으며 우리는 우리의 삶을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첫째, 내 삶의 '독사'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사명을 띠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뜻하지 않은 멜리데 섬의 뱀처럼 억울한 오해와 고난이 불쑥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당신의 사명을 거두지 않으셨다면, 세상의 그 어떤 독도 당신을 쓰러뜨릴 수 없습니다. 바울처럼 믿음으로 불 속에 털어버리십시오.
둘째, 나의 갇힘을 복음의 통로로 삼으십시오. 바울은 2년 동안 셋집에 갇혀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지만,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육신의 질병, 경제적 어려움, 답답한 환경 속에 갇혀 있다고 불평하고 계십니까? 하나님은 그 갇힌 자리를 영혼을 살리는 가장 위대한 선교지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셋째, 우리는 사도행전 29장의 주인공입니다. 성경의 사도행전은 28장으로 끝이 났지만, 성령님의 행전은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담대하게 거침없이!" 바울의 가슴에서 활활 타오르던 이 복음의 불꽃이 오늘 나의 심장으로 전이되기를 원합니다. 내게 주어진 가정과 일터에서, 거침없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며 살아가는 당신을 통해 위대한 사도행전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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